[마루에서 만난 사람] 안정록 루트릭스 대표

“나무와 자연의 데이터로 일으킬 혁신, 이제부터 시작이죠”

(편집자 주)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라고들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이 새로운 유니콘을 꿈꾸며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미래 창업가와 사회혁신가를 육성하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아산나눔재단의 플랫폼, 마루(180/360)의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는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타트업 현장을 가보고자 한다.

한때 조림(造林, 숲을 조성하는 것)에 집중하던 우리나라 수목 시장은 건설, 생태 복원 분야의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조경(造景, 나무 등으로 경치를 아름답게 하는 것) 시장을 대상으로 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빠르게 성장하는 수목 시장 규모에 비해 그 유통·거래 방식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각지 서식 환경에 따른 수목의 분포, 종류, 규격 등의 분석 자료가 디지털화돼 있지 않아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수요 예측조차 쉽지 않다. 유통업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시장이다. 여기에 불투명한 거래 관행으로 인해 공급자는 적정한 수목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손해를 보기도 하고,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는 ‘적당한 수목’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적잖은 금액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루트릭스는 이러한 수목 시장의 폐쇄적인 품질 정보, 유통 과정의 비효율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수목 데이터 플랫폼’을 표방하며 혁신에 나선 스타트업이다. 루트릭스의 사업계획서는 액셀러레이터로 참석한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최경희 소풍벤처스 파트너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Q. 유명한 엑셀러레이터에서 사업계획서만으로 투자한 이유는

“데이터가 전무한 시장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마켓플레이스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수목 데이터를 모으는 이유는 정부기관조차도 누가 어디서 어떤 나무를 키우고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데이터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공공기관을 비롯해 수목, 조경과 관련된 다양한 협회를 만나보기도 했지만, 어느 한 곳도 중앙화 된 수목 데이터를 보유한 곳은 없었죠.”

Q. 제일 중요한 것이 수목 데이터일텐데 어떻게 모았나

“’수목 이미지 규격 데이터 수집 기술’이라고 하는데 현재는 공급자 분들이 수목 사진을 찍고 규격을 입력하는 정도로 진행하고 있어요. 즉 사진을 찍고 본인 스스로 데이터에 개입할 수 있게 하고, 이걸 모아 검색과 필터링을 할 수 있게 제공하고 있는 거죠. 현재까지 20여곳의 대형농원과 MOU를 맺고 데이터를 쌓고 있어요.”

Q. 원래 창업을 꿈꿨나요

“아뇨. 취업을 생각했었어요. 하버드 건축디자인스쿨에서는 조경설계학을 공부한 뒤에 대학원에 들어가서 입대를 하게 됐죠. 그런데 제대를 하고 나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펼쳐진 거예요. 미국에 돌아갈 수 없으니 온라인 수업으로 남은 1년의 대학원 과정을 수료했죠. 그때 ‘컴퓨테이셔널 디자인(Computational Design)’라는 눈에 들어왔어요. 관련 프로젝트를 하던 중에 스타트업하는 오랜 친구의 조언에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죠."

*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은 주어진 문제를 작게 나누고 분석하여 컴퓨터가 계산할 수 있도록 지침서를 만들어내는 과정, 즉 컴퓨테이셔널 씽킹(Computational Thinking)을 거치는 디자인 방법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출처 : 디자인정글)

Q. 현재 집중하는 아젠다는 뭔가요

“수목 시장은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아요. 가장 큰 문제는 그간 수목의 공급과 유통, 구매가 너무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뤄져서 가장 기본적인 로우 데이터조차 없다는 점이에요. 지금은 그 데이터를 쌓는 중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달라

"전국 수목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목 거래 플랫폼을 고도화시킨다는 계획이구요. 그리고 중요 수종에 대한 3D 스캐닝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것이 가능해지면 설계 단계에서 반영할 수 있고  물론 탄소 흡수량까지 파악할 수 있죠. 자연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일을 지속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Q. 자연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일이라면?

“팀원들과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뭘 할까’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러다 ‘강남 한복판에 빌딩을 사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빌딩을 사서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나무 한 그루만 심자는 거죠. 정말 그럴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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