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라고들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이 새로운 유니콘을 꿈꾸며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미래 창업가와 사회혁신가를 육성하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아산나눔재단의 플랫폼, 마루(180/360)의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는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타트업 현장을 가보고자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비대면 문화가 아닐까. 그 이전까지 특정 분야 혹은 세계 각지에 분산된 형태의 글로벌 기업에서 한정적으로 적용했던 비대면 회의 등의 업무 방식이 일반화 된 것이다. 이른바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반드시 같은 시간에 일할 필요가 있을까?’ 따지고 보면 집중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고 굳이 같은 시간에 일을 하지 않아도 회사가 돌아간다는 사실은 앞서 언급한 글로벌 기업 등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입증 된 사실이다. ‘시간의 제약’은 어떻게 벗어 날 수 있을까? 테이퍼랩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테이퍼랩스는 삼성R&D센터 개발자로 자연어처리 AI를 활용한 빅스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송정진 대표가 지난 2021년 7월 창업했다.
Q. 테이퍼랩스의 창업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줌과 같은 툴 사용이 일반화되며 장소의 제약은 없어졌어요. 거기에 효용감을 느낀 사람들은 이제 시간의 제약도 불편하게 느끼기 시작하고 있어요. 테이프는 바로 이러한 니즈를 반영해 시간의 제약을 없앤 서비스죠.”
Q. 시간의 제약에 대해 좀더 설명해준다면
"비대면 실시간 화상회의용 툴로서 줌이 가지는 효용성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지만 한계도 분명해요. 회의를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대기를 해야 하고 업무 흐름이 깨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요. 결국 별도의 회의록을 작성해야 하니 여전히 번거롭습니다. 구체적인 논의는 이메일이나 즉각적인 피드백과 인터렉션이 이뤄지는 슬랙(Slack)을 활용하게 되는데요. 결국 실시간 화상회의가 가능해졌다고 해도 실질적인 업무 협업은 여전히 텍스트 문서로 이뤄지고 있죠."
Q.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실시간 회의 자체가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인가요
"그렇죠. 많은 사람들의 믿음과 달리 실시간 기반 소통은 새로운 것들, 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질문과 답변 등을 제외하고는 사실 큰 효용성이 없어요. 보통 실시간 소통은 상대가 어색함을 느끼기 전에 질문과 답이 오가야 하는 특성 때문에 깊은 생각에 기반한 질문과 답이 나오기 어려워요. 때문에 상사의 질문하면 뭐라도 답해야 하니 ‘알아보겠다’ ‘검토해 보라’ 등 의미 없는 문답이 오가게 되죠. 모두가 새로운 것에 대해 펼쳐 놓고 브레인 스토밍(brainstorming, 3인 이상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놓는 회의 방식)이 아닌, 한 사람이 모든 걸 다 알고 있고 이를 설명한 후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경우가 특히 그렇죠.”
Q. 해결책으로 제시한 비동기 영상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테이프'에 대해 설명해달라
“메일의 경우 텍스트 중심으로 이뤄진 소통에 답답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죠. 글보다 영상 메시지는 직관적이라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실시간 화상 회의는 심도 깊은 논의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죠. 반면 테이프는 업무와 관련된 보고서나 기획안을 두고 각 팀원들이 편한 시간에 깊이 검토한 후 영상으로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어요. 또 각 팀원들의 영상에는 또 저마다의 의견을 달고 공유할 수 있어요. 집중이 필요한 업무에 시간을 방해 받지 않으면서, 업무 관련 협업 역시 심도 깊게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Q. 창업 이전에는 뭘 했나요
“저는 먼저 기업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처럼 삼성은 굉장히 좋은 회사였어요. 동료 선후배 분들도 정말 좋은 분들이 많았죠. 그러다 보니 일면 안주했던 부분도 있었어요. 계기가 된 것은 VC 심사역으로 일을 하면서부터였어요. 10개 글로벌 기업에 250억원 정도 투자를 진행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죠.”
Q. 결정적 계기가 있었을 것 같다
“사실 창업을 결심한 트리거는 한 스타트업의 입사 제안을 받으면서부터였어요. 삼성에 있을 때보다 높은 연봉에 파격적인 조건이었죠. 그때 비로소 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어요. 이 제안을 받는 것도 좋지만, 30대 중반인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죠. 그러면서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전부터 생각했던 몇 가지 아이템을 구체화하기 시작했죠(웃음).”
Q. 앞으로의 계획은 알려달라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하고 유입된 사용자를 유지·확대하는 것, 그리고 글로벌 서비스로 고도화가 진행되고 향후 앱 개발 등의 과제가 있는 만큼 함께할 좋은 멤버를 찾는 것도 중요하죠. 리치 콘텐츠 분야의 비동기 영상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시장에서 글로벌 1등을 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