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익렬 스트레스솔루션 대표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지만, 회복력은 키울 수 있다"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폰 카메라가 심박·혈류·수면 데이터를 읽어내는 시대가 되면서, 스트레스 역시 감정이 아닌 데이터로 측정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다만 측정 이후 해결책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서비스는 드물다. ASMR이나 명상 음악처럼 긴장을 낮춘다는 콘텐츠는 넘쳐나지만, 정작 개인의 현재 생체 상태를 반영해 실시간으로 솔루션을 내놓는 경우는 많지 않다.
스트레스솔루션은 이 간극을 파고든 디지털 멘탈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배익렬 대표의 문제의식은 대학병원 마취과 간호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술실에서 통제감을 잃고 불안해하는 환자들을 매일 마주하면서, 약물과 절차 외에 불안을 낮출 방법을 고민하다 '음악'에 주목했다. 그는 "수술실에서 약 말고, 정해진 절차 말고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봤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후 교수로 재직하며 심장 생체데이터와 사운드를 결합하는 연구를 10년 넘게 이어갔다. 창업을 결심한 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다. 초기 투자자들은 "스트레스로 독립적인 시장을 만들 수 있느냐"며 회의적이었지만, 배 대표는 스트레스를 감정이 아닌 심박·호흡·자율신경 반응이라는 생리적 현상으로 접근했다. 그는 "간호학과 교수로서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을 구호처럼 접한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핵심 솔루션 '힐링비트'는 사용자의 심박변이도(HRV·Heart Rate Variability)와 심전도(ECG·Electrocardiogram) 등 생체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사운드를 생성한다. 초기엔 사운드 하나를 만드는 데 일주일 넘게 걸렸지만, AI 엔진 도입으로 지금은 측정과 생성이 각각 10초, 3초 만에 이뤄진다. 스트레스솔루션은 바디프랜드, KB라이프, SK텔레콤 등과 B2B·B2B2C 계약을 맺으며 기술을 검증했고, 기업이 먼저 협업을 제안하는 '역제안' 구조까지 만들어졌다.
다음 목표는 B2C 시장이다. 앱과 웹앱을 병행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수면·학습·시니어 케어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특히 청소년 스트레스 완화 프로젝트 '스트레스제로킹'은 조달청에도 등록돼 학교 현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공황장애, 번아웃, 불안 등 질환 영역으로도 나아가겠다는 구상이다.
배 대표는 인터뷰 내내 '회복력'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그는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없애겠다는 말보다 회복력을 길러야 한다는 말이 더 맞다고 본다"며 "저희는 그걸 데이터로 보고, 사운드로 개입하고, 사용자가 어렵지 않게 경험하게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술실 환자의 불안을 줄이고 싶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기술은 이제 보험, 통신, 헬스케어 기기, 휴게공간, 교육, 시니어, 디지털치료기기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결국 힐링비트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사운드 솔루션입니다. 오늘의 쉼을 기술로 만들어보자는 게 저희가 가고 있는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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